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금까지 ‘봉헌 생활’이라고 쓰던 ‘Vita Consecrata’의 우리말 용어를 ‘축성 생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9년 12월 2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사항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0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문 참조)
교황님은 ‘주님 봉헌 축일’의 ‘토요일 저녁 주일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래서 교황님의 주일 강론을 당일에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옛 용어 ‘특전 미사’가 이렇게 바뀐 것도 벌써 5년이 넘었다. 용어에 매인 경직된 모습이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교회가 공식적으로 바꾼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옳지는 않다. ‘고해성사’ 대신 아직도 ‘고백성사’라 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보편 지향 기도’ 같은 용어도 옛 것을 그냥 쓰는 예가 많은 대표적 경우다. ‘신앙 고백’과 ‘사도 신경’을 혼동하는 해설자도 많다. 통일성 유지를 위하여 작은 것이라도 알고 따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전례의 ‘경직된 획일성’(전례헌장 제37항)이 아니라 ‘본질적 통일성’(전례헌장 제38항)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축성 생활’을 하시는 수도자들의 날이다. 축복받은, 순결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기도와 봉사로 혼란한 세상 속 교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기를 기도하면 좋겠다.
교회법 제573조 ①항은 ‘축성 생활’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복음적 권고의 선서를 통한 ‘축성 생활’은 성령의 감도 아래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따르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의 건설과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새로운 특별한 명의로 헌신하여 하느님의 나라에 봉사함으로써 애덕의 완성을 추구하고 교회 안에서 빛나는 표징이 되어 천상적 영광을 예고하려고 최상으로 사랑하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봉헌되는 고정된 생활 형식이다.”
‘축성 생활’이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보는 것
교황은 ‘주님 봉헌 축일’의 ‘토요일 저녁 주일 미사’(Vigil Mass)를 집전했다. ‘축성 생활의 날’로 지내는 이날 미사의 강론을 통해 교황은 ‘축성 생활’이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교황은 시메온이 성전에서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라고 말하는 이날의 복음에 대해 강론했다.
교황은 ‘축성 생활의 날’을 맞아 남녀 축성 생활자들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은 시메온처럼 세상의 좋은 것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을 발견한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즉 예수님을 알아본 것은 ‘축성 생활’의 핵심인 것입니다.”
“이런 안목은 은총을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특별히 하느님께서 우리의 삶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시는지 아는 것입니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나약함과 약점이 드러날 때에도 그분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세속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것은 ‘축성 생활’을 어렵게 하는 큰 유혹입니다. 열정을 잃게 만들어 슬픔과 불신의 늪에 빠지게 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반면에 시메온처럼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감지하는 능력은, 여러분이 기꺼이 봉헌하는 청빈과 순결, 순종이 선물로 받은 것이라는 의미를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시메온은 작고 겸손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종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안목으로 예수님을 보고, 그분이 하신 것처럼 세상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우리는 섬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웃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축성 생활’을 하시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눈길을 세상에 전달하라는 소명을 받은 분들입니다.”
“시메온의 눈이 구원을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구원을 본 것입니다. 그의 눈은 기다리는 눈이었고 희망으로 가득 찬 눈이었습니다. 성전에 있었던 시메온과 예언자 한나처럼 ‘축성 생활’을 하는 분들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비법은 희망의 근원이신 주님으로부터 절대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축성 생활’이라는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을 알아보도록 해 주시기를 청하십시오. 이웃을 찾아 섬기는 법을 깨닫게 해 주시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십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우리의 눈도 구원을 보게 될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1 February 2020, 17:40,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