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함께 바친 기도
늘 관심없이 신발을 신고 벗었었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현관 벽에 걸린 성화가 눈길을 잡는다.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다. 나는 이 표현이 더 정겹다. 새 번역 ‘되찾은 아들’보다 마음에 확 와닿는다. 집에 꾸며진 내 작업공간은 컴퓨터와 주변기기들로 채워져 있다. 의자 등 뒤에 저명한 분의 청동 작품인 성부자상(聖父子像)이 모셔져있지만, 내 관심 밖에 버려지는 수모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콘화에 사용하는 큰 목판 위에 붙인 이 그림은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그 자리에 걸려있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가족들의 마음이 ‘탕자’와 같길 바랐었다. 집에서 식구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었다. 분에 넘치는 값을 치른 요셉상이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실 상징으로 생각하고 모셔왔다. 내가 세상의 빛을 본지 이틀 만에 어머니께서 정해주신 주보성인께서 나의 가족 모두를 보호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거기에 담았다.
교황님의 기도 방식에 관해 몇 마디 거들 자신이 붙었다. 그 어른께서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모셔진 ‘로마 백성의 구원(Salus Populi Romani)’이신 성모님의 성화를 좋아하신다. 해외 사목방문을 시작하기 전과 돌아온 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이 성화 앞에서 기도하시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작년 3월 초, ‘병자의 나음’이신 성모님의 보호를 간구하는 기도문을 만들 때에도 이 성화 속의 어머니께 올리는 간절한 전구를 빼놓지 않고 넣으셨다. 작년 3월, 사순 제3주일 오후에도 이 성화를 찾아가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신 기사가 이 블로그에 번역되어 올려져있다. 교황님은 이날 성모님을 뵙고 나서 ‘기적의 나무 십자가’가 모셔진 ‘산 마르첼로’ 성당을 향해 가셨다.
세상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 작년 3월 27일의 ‘탄원기도’ 전례를 생생히 기억한다. Vatican News는 그날의 상황을 평하는 사설의 제목을 "하늘의 눈물에 젖은 십자고상, 빈 광장에 홀로 있던 교황"이라고 달았다. 하느님의 눈물을 머금었던 그 십자가는 수많은 기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산 마르첼로 알 코르소 대성당’의 ‘가장 거룩한 십자가’이다.
이번 기도에는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모셨다. 교황님께서 꼭 짚어 직접 요청하신 것이다. 우리네 삶을 옭죄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매듭과, 그로 인해 유발된 슬픔과 고통의 매듭들이 교황님의 마음까지 끌어다 묶었을 것이다. 공감하기 힘들었던 '성모 성심과의 일치'라는 의미가 머리를 뻥 뚫고 가슴을 관통한다.
집안 여기저기 걸리고 놓여있는 성물과 성화를 둘러본다. 거기에 담긴 의미와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느낌을 더듬는다. "아! 기도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마무리된 묵주기도 대장정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어 사회활동이 재개되고 일상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한 달 동안 바친 묵주기도 대장정의 마지막 기도를 바티칸 정원에서 주례했다.
교황이 주례하는 이날 묵주기도에는 최근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과 견진성사를 받은 젊은이들, 신혼부부와 예비부부, 스카우트와 몇몇 가족들, 수도자들이 참여했다.
한 달 간 바친 기도
지난 4월 말, 교황은 전 세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어 사회활동이 재개되고 일상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했다. 5월을 성모성월로 지내는 교회의 전통에 따라 이 한 달 동안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자는 것이었다. ‘고리기도’ 형식으로 진행된 묵주기도 대장정은 매일 세계 주요 성모성지를 돌며 진행되었고 이 기도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기도 첫날인 5월 1일, 교황은 기도를 주례하며 묵주기도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그날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의 그레고리아나 경당(Cappella Gregoriana)의 ‘도움의 성모’(Madonna del Soccorso) 제대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쳤었다. 마지막 날인 5월 31일의 기도장소는 바티칸 정원이었다. 이 노천 기도장소에는 교황이 특별한 신심을 가지고 있는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가 모셔져 있었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이날의 전례를 위해 성화의 원본이 소장되어 있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새로운 사본이 준비되었다. 이 성화를 모시고 온 아우크스부르크교구장 베르트람 요하네스 마이어(Bertram Johannes Meier) 주교가 성화 입장행렬을 이끌었다. 이 행렬에는 하느님 백성을 대표하여 최근에 첫영성체와 견진을 받은 어린이들과 청년들, 로마의 스카우트 팀, 몇몇 가족과 수녀들과 함께 참여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스위스 근위대’와 ‘바티칸시국 국가 헌병대’의 의장행렬과 함께 성화를 모시고 들어왔다.
교황이 기도를 시작하신 후, 가톨릭 단체에 속한 젊은이들, 신혼부부나 예비부모로 구성된 몇몇 가족, 최근에 예비자가 된 청각장애인 가족이 돌아가며 각 단의 묵주기도를 이끌었다.
기도의 매 단은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바쳐졌다. 상처받은 관계, 실업, 폭력, 질병과 불확실성, 그리고 정상적인 사목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의 매듭을 풀어주시도록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였다.
전 세계가 함께 바친 기도
5월의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 교황의 주례로 바친 기도는 전 세계가 함께 참여하는 기도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전 세계의 성지에서 동시에 바치는 묵주기도 장면이 생중계로 연결되었다.
프랑스, 독일, 르완다, 칠레, 스페인, 스코틀랜드, 파라과이, 이탈리아의 성지에서 전 세계의 가톨릭신자들이 한 마음으로 동시에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기원하는 묵주기도를 교황과 함께 바쳤다.
전례를 끝내면서 교황은 동정 성모 마리아의 성화에 왕관을 씌우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희도 성모님처럼 자기 자신을 온전히 주님을 위하여 봉헌하고 서로가 사랑하게 하소서.”
교황강복을 마친 교황은 묵주기도 대장정에 동참한 모든 교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어머니께 기도를 드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 모두 코로나-19의 환란으로부터 보호해 주시기를 끊임없이 기도합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백신을 접종 받을 기회를 얻어 감염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라 믿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31 May 2021, 19:13,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