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방해하는 것들
답답한 느낌이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입과 코를 뒤덮은 마스크 때문만이 아니었다. 살짝 데워진 초여름의 공기가 가벼운 짜증을 유발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었다. 고객만족의 개념을 모르는 무감각을 원망한다. 그런 것이 봉사와 섬김이라고 훈수 들 내용을 정리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싶은 충동이 분출구를 찾지 못하고 사방으로 삐져나와 트집 잡을 대상을 찾아 나선다.
습관적으로 읊어대던 응송(應頌)마저도 소리 내어 외우는 것이 금지되고 나서 교회력이 한 바퀴를 돌았다. 그나마 멀뚱거릴 자유를 홀로 지켜낸 눈은, 분심과 잡념을 생산하는 원재료의 흡입구가 되고 말았다. 미사 시작 전부터 어수선한 성당 분위기가 몹시 거슬렸었다. 봉사자들의 몸짓이 마치 장마당의 호객꾼처럼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것부터 못마땅했다. 성체 경배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부족해 보이는 이들의 제대 상 거동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언제나 같은 내용의 청원목록을 거양성체 시간에 몰아서 배치한다. 기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얄팍한 마음은 늘 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순수한 신심이 이해타산의 꼼수로 전락했다. 말씀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입구를 막은 돌은 평가와 분석에 몰두하는 습관이 끌어다놓은 것이다. 그 돌의 중앙에 ‘교만’이란 문패가 달려있다.
빈 봉투를 휘저으며 가게 문을 나서는 아낙처럼 마음이 허전하다. 무엇을 하고 나온 것인지, 왜 여기에 온 것인지, 이유와 목적이 모두 실종됐다. 복음도 강론도 머리에 남은 것이 없다. 무지와 실수를 찾아내는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다. 분심이 기도를 방해하는 것인지, 기도가 분심에 붙어있는 곁가지인지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 떨쳐내야 할 것이 잡념이었는지, 잡념이 그 자리에 있어야할 주역이었는지 헷갈린다.
집까지 걸어오는 골목길에서 ‘억지춘향’ 같은 위안을 찾는다. “시간 바친 것을 희생 목록에 올리면 될 것 같다. 분심과 잡념에 시달린 수고도 주님께 바치는 예물봉투에 넣어야겠다.” 교황님의 가르침을 듣고 찜찜했던 머리를 털어낸다. 성인들도 피할 수 없었던 '어두운 계곡‘이 친근하게 다가와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기도를 방해하는 것들
교황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일반알현을 통해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을 이어갔다. 기도할 때마다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날 교리교육의 핵심 내용이었다.
교황은 기도를 하면서 자주 경험하는 어려움으로 분심, 무미건조한 느낌이나 무력감, 나태 등 세 가지를 지적한다. ‘나태’는 마음이 내키지 않은 상태 같은 것을 말한다고 교황은 설명한다. ㈜
[역자 주] 교황님은 ‘나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라틴어 ‘acedia’를 사용하셨다. 과거에는 이 말이 해태(懈怠)라는 번역어로 사용되었다. 영어의 ‘sloth’과 같은 의미이다. 이 용어에 대한 「가톨릭대사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칠죄종(七罪宗)의 한 가지. 선행(善行)에 게으른 것을 말한다. ‘굳셈’의 반대에 해당된다.”
분심 (주의 산만)
“분심은 기도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한 가지 생각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누구나 잠들어 있을 때조차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이미지와 환상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 유혹에 빠져버리게 되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분심이 그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워서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라는 복음적 덕목을 수련하여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오실 날이나 시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눈을 팔면 안 됩니다. 언제나 주의를 집중하면서 당면한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무미건조 (무력감)
“우리는 기도할 때 무미건조한 느낌을 갖거나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기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기쁨이나 영감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무미건조는 우리 마음 안에서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분심과 다릅니다.”
“하느님께서는 때때로 우리에게 이런 영적인 무미건조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순수한 믿음’에 의지해야 합니다.”
나태 (Acedia)
“나태야 말로 기도를 어렵게 만드는 진정한 유혹입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송두리째 어지럽히는 유혹이 됩니다.”
교황은 나태에 관련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관련 조항을 인용한다. “자만 때문에 빠지게 되는 또 다른 유혹은 게으름이다. 영성적인 교부들은 이를 금욕 정신이 해이하고 경계심이 감퇴하여 마음이 태만해짐으로써 나타나는 일종의 의기소침으로 이해해 왔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마태 26, 41)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더 많이 다치게 된다. 고통스러운 좌절감은 교만의 이면이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비참함에 놀라지 않는다. 자신의 비참함을 느끼는 겸손한 사람은 더 깊은 신뢰심을 갖게 되고, 더욱 끈기있게 참아 견딘다.” ㈜
[역자 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733항
칠죄종(七罪宗)의 한 가지인 교만으로 인하여 우리의 영혼은 파멸에 이를 수 있다고 교황은 경고한다.
기도를 위해 필요한 인내심
“기도를 하면서 교차해서 겪게 되는 열정과 낙담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인내하면서 꾸준히 정진할 것을 촉구합니다.”
“모든 성인들도 하나같이 이 '어두운 계곡'을 통과했습니다. 성인들께서 기도하면서 겪었던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아해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들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저녁기도를 마지못해 바친 적이 있고, 살맛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꾸준히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신자 여러분들은 절대로 기도하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욥처럼 우리가 하느님께 불평을 늘어놓고 항의하더라도 이 황량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하느님께서 응답해 주실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교황은 교리교육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가장 가혹하고 신랄한 표현까지도 인자한 아버지의 사랑으로 다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런 표현조차도 믿음의 행위라 생각하고 기도로 여기시는 자비로운 분이라는 것을 굳게 믿으시기 바랍니다.”
출처: Vatican News, 19 May 2021, 09:09,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