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기도 네트워크

2022년도 교황님의 기도지향

MonteLuca12 2021. 2. 9. 12:50

처음으로 이 기도를 우리말로 옮겨 블로그에 포스팅한 날이 작년 1월 4일이었습니다. 교황님의 소식과 말씀을 읽는 습관은 전에 비해 넉넉히 생긴 시간적 여유 덕에 찾아왔습니다. 몇몇 분과만 나누던 매일의 기도를 준비하는 일이, 날을 이어가면서 때론 부담스러운 의무로, 어떤 경우엔 강박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1년 하고도 두 달째 접어든 오늘에 와서는 덮어둘 수도, 거를 수도 없는 제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매일 천명이 훌쩍 넘는 형제자매들께서 함께해 주시는 놀라운 축복만큼이나 큰 기쁨은, 제게 주신 넘치는 보상이라 믿습니다. 감사한 일이고 행복이라고 말하려니 민망해서 낯이 근질거립니다. 그래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기도가 실리기를 기다리며 ‘CLICKTOPRAY’를 지키는 밤 열시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각이 되었다는 고백은 그다지 면구스럽지 않습니다. 새벽 다섯 시가 지나면 링크 주소를 보내드리기 위해 서둘러 침대를 떠나는 일도 규칙적인 일과가 되었습니다. 잘 수 있는 밤이 짧아진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것은, 꼭 어둡지 않더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선물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당한 자격으로 얻어낸 은총이라는 교만이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거립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네트워크의 공식적인 봉사 자격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함께하시는 ‘동지’ 여러분께서 이미 알고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말 기도가 제공되는 날, 누구도 시키지 않는 이 짓을 그만둘 생각입니다. 실토하자면 번역이라기보다는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고, 표현 방식과 국가적, 지역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 제 마음의 기도로 대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도지향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변명이 독자들의 염려를 씻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내년의 월별 기도지향이 엊그제 발표되었습니다. 교회의 공식번역문이 나오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에 등록될 것입니다.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의 역사와 운영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있어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이들

2022년도 교황님의 기도지향
 
교황청은 지난 토요일(2월 6일) 2022년도에 매달 바칠 교황님의 기도지향을 발표했다.
 
교황님의 기도지향은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The Pope's Worldwide Prayer Network)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2020년 11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의 공식기구가 되었다.
 
‘교황의 전 세계 기도네트워크’는 인류가 맞닥뜨린 갖가지 도전과 교회의 선교사명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맞서서, 기도와 실천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에게 선교 열정을 불어넣는 사도직 운동이다. 이 운동은, 교회 전체가 참여해 줄 것을 바라며 교황이 정해주는 기도지향에 따라 함께 기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황의 전 세계 기도네트워크’는 「마음의 길」이라고 불리는 수련프로그램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을 초대하여 세상과 인류를 향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선교에 헌신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예전부터 ‘기도의 사도직’(Apostleship of Prayer)으로 알려진 이 네트워크는 1844년 프랑스 남부 발(Vals)에 있는 예수회 청년회원 수련원에서, 예수회의 과업으로 시작되었다. 청년들의 영적 지도를 맡고 있던 프란시스 하비에르 고트를레 (Francis Xavier Gautrelet sj) 신부는 청년들이 일상의 삶을 통하여 선교의 사명을 수행하는 사도가 되는 방안을 제시한다. 청년들이 예수님의 성심과 일치하여 일상적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었다.
 
이 영적 과업에 대한 열정이 가톨릭교회 전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급기야 1890년에 교황 레오 13세는 매달 정하는 교황의 기도지향을 ‘기도의 사도직’에 맡기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일을 예수회에 위임했다. 1915년에는 ‘기도의 사도직’ 청소년 조직이 창립되었는데, 이 조직이 ‘청년 성체 운동’(EYM; Eucharistic Youth Movement)의 효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에 ‘기도의 사도직’의 이름을 ‘교황의 전 세계 기도네트워크’로 바꾸었다. 또한, 2018년에는 교황청의 공식기구로 승격한데 이어, 2020년에 정식으로 법적 지위를 가진 교황청 재단으로 만들었다. 바티칸시국 안에 있는 예수회에 본부를 두고 있고 있으며 운영책임은 예수회가 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2019년도에 시작) 네트워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교황의 월간 기도지향을 대중에게 보급하고 있으며, 98개국, 3,500만명 이상의 가톨릭신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2022년도의 월별 교황님의 기도지향은 다음과 같다.
 

1월: 진정한 ‘인간의 형제애’를 위하여

 
종교적 차별과 박해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들이 인류가족의 한 형제자매로서 자신의 권리와 존엄성을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2월: 여성 수도자(수녀)와 축성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하여
 
여성 수도자들(수녀)과 축성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선교사명에 바치는 그분들의 헌신과 용기에 감사드리면서, 우리 시대가 마주친 각종 도전에 대한 새로운 대처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주기를 바랍니다.
 
3월: 생명윤리의 도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대응을 위하여
 
새로운 생명윤리의 도전에 직면한 그리스도인들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들이 기도와 실천으로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계속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4월: 의료종사자들을 위하여
 
특별히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병자와 노인을 돌보는 의료종사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5월: 신앙심으로 충만한 젊은이들을 위하여
 
모든 젊은이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들이 성모님의 삶을 본받아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사려 깊은 젊은이로서,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용기를 가지고 헌신적인 봉사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6월: 가정을 위하여
 
전 세계 그리스도인 가정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이 충만하여 그 사랑을 온전히 누리는 가정을 가꾸어, 가족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7월: 노인들을 위하여
 
사람들의 뿌리와 기억을 증언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희망과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8월: 중소기업을 위하여
 
중소기업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중소기업들이 경제적,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9월: 사형제 폐지를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사형제도가 모든 국가에서 법적으로 폐지되기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10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교회를 위하여
 
언제나 복음을 전하는 사명에 충실하여 용감하게 나서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기도합시다. 교회가 언제나 공감대를 이루는 분위기 속에서 연대와 형제애, 환영의 공동체가 되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11월: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고통받는 어린이들, 특히 집이 없는 어린이와 고아,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를 바랍니다.
 
12월: 비영리 자원봉사 단체들을 위하여
 
인간발전 촉진을 위하여 일하는 비영리 자원봉사 단체들이 공동선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국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길을 끊임없이 모색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출처: Vatican News, 06 February 2021, 10:28, 번역 장주영

www.vaticannews.va/en/pope/news/2021-02/pope-francis-monthly-prayer-intentions-20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