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곳
성소(聖召)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시기다. 연중시기에 들어서면서 복음은 연이어 부르심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감격적인 사울의 회심 장면에 이르러 중차대한 사도직의 사명이 명시적으로 눈앞에 드러난다.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복음화’의 과제가 구체적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불림을 받은 사람’이 부르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응답을 드릴 리가 만무하다. 중요한 것을 평범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범하는 오류가 크다. 개인적인 것을 집단화하는 습관이 깊게 들었다. 구체적인 것을 추상화함으로써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것은 ‘부르시는 분’과 나 사이에 맺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다. ‘이 시간’, ‘이 자리’에 있는 내게 그분이 건네시는 말씀이다. 거기에 담긴 뜻을 해석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알아듣지 못하면 말씀의 소중함을 온전히 보존하기가 어렵다.
의례적으로 지나쳐버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깊게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가지는 만남이다. 말씀의 씨앗은 그 만남을 통해 뿌려지고, 그 마음의 밭에서 싹트고 자라난다.
교황님의 가르침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렉시오 디비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다. 말씀을 삶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 담겨있다. 하느님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가 무엇인지, 영적인 눈으로 하느님을 보며 그 안에 머무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신다.
그 말씀은 바로 당신을 향한 ‘부르심’이다.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곳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을 이어갔다. 기도생활에 있어서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황은 성경이 우리 각자를 위해 쓰였다고 말한다.
“성경 말씀은 파피루스나 양피지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종이에 갇혀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받아 마음에 꽃을 피우도록 기록되었습니다.”
우리 각자를 위해 쓰여진 성경
교황은 ‘하느님 말씀의 주일’을 지내면서 성경이 우리 개개인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쓰인 것임을 강조했다.
“모든 신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 번 들었던 성경구절이 뜻밖에도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울리며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을 깨닫게 해주는 느낌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경험은 신선한 통찰력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가끔은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우리 인생의 밭에 씨를 뿌리기 위해서는 말씀의 언약을 맺는 바로 그날,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성막이 되는 그리스도인
“말씀의 새로운 육화(肉化)는 기도를 통하여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도록 환영하고 보존하는 ‘만남의 천막’(성막)이 되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자신의 철학적이고 도덕적 견해의 기반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남을 원하기 때문에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성경이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그들은 압니다.”
“성경의 특정 구절이나 문자 속에서 이런저런 상황에 처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은총입니다.”
교황은 즉흥적 발언을 통해 형식적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앵무새처럼 성경구절을 외우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듭니다. 특정 구절을 외워두었다가 반복해서 되뇌는 것은 소용이 없고 마음으로 주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
교황은 계속해서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성경과 함께 기도에 대한 경험과 성찰이 얼마나 풍부하게 담겨있는지 설명한다.
교황은 특별히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이 확립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원래 수도회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본당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 것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묵상과 기도의 시작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가를 알아들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렉시오 디비나’의 마지막 단계는 ‘명상’입니다. 우리의 말과 생각은 이 단계에서 사랑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남이 있는 성경 말씀은 관상을 위한 거울이나 아이콘이 되어줍니다.”
교리교육을 마치면서 교황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기도를 통해 우리 안에 머무르시며,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 안에 머물게 됩니다.”
평화의 원천이 되는 말씀
“하느님의 말씀은 좋은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해줍니다.”
“말씀은 신앙을 성장시키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구체적인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할 때 말씀은 평화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지혜와 힘의 제공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27 January 2021, 10:29,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