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보호를 청하는 기도
그런 정도로 지날 갈 것이라 생각했다. 몇 번의 경험이 가르쳐준 무덤덤한 반응이 이상하지 않았다. 날이 지나고 달이 바뀌면서 걱정이 쌓인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놈들의 공격이 삶을 옥죄어 온다. 완전한 생물도 못되는 미천한 존재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존귀한 생명을 위협한다. 우리가 멸시하던 세상의 모든 생물이 담합하여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전쟁을 시작한 느낌이다.
두 주의 사순시기를 이렇게 지낼 줄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요셉성인께 송구하다. 가끔 성월성가가 귓전에 울릴 뿐 성인께 대한 관심이 가물거린다. 인자와 겸손의 모범인 성인께서 천상교회의 어르신께 전구해 주시리라 믿는다.
요즈음 교황청 공식매체는 상당 지면을 할애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기도와 걱정을 담은 기사를 싣는다. 교황님의 기도에는 언제나 이 내용이 담긴다. 교황님은 지난 밤(우리 시간)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신의 기도를 공개하셨다. 로마시민과 세계의 모든 이들을 성모님의 보호에 맡기는 기도이다. 하루 전엔 이탈리아 북동부의 도시 파도바의 일간지에 공개서한을 보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와 위로를 전하셨다. 우리의 대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이 서한에서 교황님은 그 지역 자원봉사 활동의 모토인 ‘꿰매다’라는 단어를 설명하신다. 바느질과 수선을 떠올리게 하는 이 동사가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봉합하는, 가장 필요한 수술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설명하신다.
눈물과 상처,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와 못 자국을 생각나게 한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부활의 기쁨이 기다려진다.
[코로나-19] 성모님께 기도하기를 청한 교황
교황은 ‘병자의 나음’이신 성모님께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기도문을 만들어 발표했다.
교황은 수요일 오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로마 교구 기도의 날’로 정하여 함께 기도하기를 제안하며 동정 성모님께 기도를 바쳤다. 이날 발표된 영상 메시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연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함께 기도하고 단식하자는 교황의 당부가 담겨있다.
이 비디오는 로마 근교에 있는 '하느님 사랑의 성모 성지'에서 봉헌된 미사의 ‘시작예식’에서 방송되었다. 로마교구 총대리 안젤로 데 도나티스(Angelo De Donatis) 추기경이 이 미사를 집전했다.
마태오 브루니 바티칸 공보실장은 화요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는 교황의 뜻을 전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를 성모님의 보호에 의탁합니다. 구세주의 어머니, 희망과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연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세계의 모든 이들을 감염으로부터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확고한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교황은 기도에서 ‘병자의 나음(Health of the Sick)’(주1)이라는 성모님의 호칭을 사용하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고통을 겪으실 때 바로 옆에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지켜내셨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자 주1] 우리말 「성모 호칭기도」 참조
“‘로마 백성의 구원’(주2)이신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십니다. 갈릴래아 지방의 카나에서와 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시련과 고난의 순간이 빨리 지나가고 기쁨과 축제의 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역자 주2] 로마의 성모 대성전에 모셔진 성모 성화, ‘로마 백성의 구원(Salus Populi Romani)’에서 따온 말
“천주의 성모님, 당신의 보호를 청하나이다. 우리의 피난처가 되어 주소서. 우리가 아버지의 뜻에 따를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 도와주실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전례(前例)
어제 봉헌된 미사의 장소가 '하느님 사랑의 성모 성지'로 정해진 것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교황 비오 12세는 1944년 6월 이곳 성모님상 앞에서 기도한 적이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군대가 이탈리아에서 철수할 때 로마의 구원을 간청한 것이다. 75년이 지난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정 성모 마리아에게 위기에 처한 세계를 돌보아주시기를 간청했다.
[성모님께 바치는 교황의 기도] (英文本 번역)
오 성모님, 우리 삶의 여정에서 구원과 희망의 징표를 끊임없이 보여주시는 어머니!
‘병자의 나음’이신 어머니께 오롯이 저희를 의탁하나이다. 어머니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고통 받으신 예수님 곁에서 굳은 믿음을 지켜내셨습니다.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오니, 갈릴래아 지방의 카나에서와 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시련의 날들이 빨리 지나가고 기쁨과 축제의 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청하옵니다.
하느님 사랑의 성모님, 우리가 아버지의 뜻에 따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본받도록 이끌어주소서.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시고, 우리의 슬픔을 떠안으신 당신의 아드님을 따라 부활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천주의 성모님, 당신의 보호를 청하나이다. 우리의 피난처가 되어주시고, 시련의 구렁에서 애원하는 저희의 간청을 들어주소서. 공경하올 동정녀, 찬송하올 동정녀시여, 모든 위험에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출처: Vatican News, 11 March 2020, 19:08,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