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노인도 교회의 미래

MonteLuca12 2020. 2. 1. 16:27

이곳 성지의 주일미사도 간혹 손님 신부님이 집전할 때가 있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이분을 쉽게 기억하는 것은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특징 때문이다. 처음엔 완전히 빠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면도하는 습관 이야기를 하신다. 어떤 날은 머리밀기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신부님의 이야기가, 귀퉁이에나 자리 잡을 법한데 이상하게도 공감을 끌어낸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나 밖에는 모르는 모퉁이 삶이 내 기분을 관리한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짓이고, 수십 년을 쉬지 않고 해온 머리 말리기인데, 가르마가 비뚤어져 짜증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면도를 해도 손에 닿는 턱선의 감촉이 까슬하다. 그런 자잘한 관심도 꽤 많이 약해졌다. 성의는 줄고, 대충이 늘었다. 문득 든 생각이 조금은 서글프다. 정성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보여줄 상대가 준 것이다. 관심이 내놓은 자리를, 적당이 채운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흰 셔츠 대신 이색저색 가리지 않고 칼라셔츠를 입는다. 칼처럼 줄선 모직바지 대신 후줄근한 면바지를 걸치고 나선다.

 

슬픈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것은 생각 속에 둥지를 튼 여유이고,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다. 집착으로부터의 해방이고, 속박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다. 조금만 아끼면 가는 날까지 무리 없이 쓸 만한 육신이다.

 

교황님께서 용기를 주신다. 눈이 확 떠진다. 젊은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며 늘 썼던 격려를, 그분이 내게 해 주신다. “노인도 교회의 미래입니다.”

 

노인사목 국제회의 참석자들을 만난 교황

하느님의 구원계획과 노인의 역할
 
금요일, 노인사목에 관한 회의 참석자들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교황은 훈화를 통해, 교회의 사목방침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과 교회공동체 안에서 노인들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출신지나 배경, 경제적 또는 사회적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인생여정의 결과로 생기는 귀중한 보물입니다. 인생 자체가 선물입니다. 오래 사는 것은 자신에게도, 남들 앞에서도 누리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손에 복음을 들고, 밝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노인들을 반갑게 맞아들여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젊은이의 수가 줄고 노인들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상당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방향감각을 잃게 하고 무관심과 배타적 사회현상을 불러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노인의 가치를 찾아내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경륜의 풍요로움
 
“여러분들의 회의 주제인 ‘경륜에 스며있는 풍요’는, 오래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과 역사를 쌓아온 이들 안에서 빛나는 풍요인 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 회의가 단절된 계획수립만으로 끝나지 말고,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사목적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가정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많은 노인들을 위하여 지금까지의 사목적 관습을 과감히 바꿔야합니다."
 
노년은 축복
 
“성경에는 장수가 축복이며 노인들도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 들어있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노인들만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회는 여러 세대가 모여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곳입니다. 그것은 성령의 선물을 서로 교환하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젊은이 뿐 아니라 노인들도 교회의 미래입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신앙교육을 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연결고리입니다. 노인들은 교회가 보살펴야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복음전파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주역들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충실하게 증거하는 특권을 가진 이들입니다.”
 
겁내지 마십시오!
 
“두려워하지 말고 앞장서시기 바랍니다. 주교님과 교구의 일을 도와주십시오. 노인사목은 노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노인들과 함께 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절대로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도와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31 January 2020, 13:1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1/pope-francis-elderly-have-a-role-in-god-s-saving-pla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