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경배의 의미

MonteLuca12 2020. 1. 7. 16:59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 2) ‘경배’라는 용어가 의외로 생소하다. 성탄부터 공현까지 자주 접하는 이 말은 한참을 건너 뛰어 성주간 십자가 경배예식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는 경배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주님을 경배하는 것은 ‘한밤중에 한줄기 빛’을 잡는 것이며, ‘해안선도 깊이도 가늠할 수 없는 바다’에 빠져드는 것처럼 하느님의 위엄 안으로 빠져드는 것이고, ‘하느님의 무한한 심연’에 잠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선을 인식하는 것이며,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성모님에게도 드릴 수 없는, 오직 하느님께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종교적인 행위입니다……. 경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동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놓아두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은 하느님이시고,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특권입니다. 인간은 경배하기 위한 존엄한 무언가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경배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배는 인간에게 필요합니다.” (바티칸 뉴스, 한글판, 글 Amedeo Lomonaco / 번역 안주영, 2019. 5. 4. 참조)

 

성체조배는 경배의 특별한 형식이다. 라니에로 신부는 “성체조배 안에서 봄이 오면 나뭇가지들에게 광합성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캄캄한 성당 안에서 성체조배하는 신자들을 보고 “여기에 하느님이 계십니다!”라고 외쳤다는 고백을 한다.

 

달아가 경배하는 동방의 세 박사처럼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주님을 경배할 수 있다. 성체는 우리 곁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이시다.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중의 교황

경배의 의미

 

교황은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의 강론을 통해 경배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배는 세 동방박사들이 지나온 긴 여정의 종점이며 목표입니다. 우리가 경배의 의미를 모르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방향을 잃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우리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주님을 향해 가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경배할 수 없는 신앙적 위험

 

“복음은 경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위험에 대해 경고합니다. 경배라는 단어를 속임수로 사용했던 헤로데를 통해 ‘하느님을 경배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경배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도 마찬가지로 경배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언자들의 기록을 알고 있었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인용했지만 정작 자기들은 베들레헴에 가지 못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틀을 깨고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하느님을 경배하러 가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에 충분한 지식을 쌓을 수가 없습니다. 즉, 하느님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믿음은 경배를 필요로 한다

 

교황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믿음이 경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게 되도록 기도한다. 경배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주님을 가운데 모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배는 하느님의 계획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속해 있음을 깨닫고 자유롭고 친근하게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배하면서 '나의 주님과 나의 하느님'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바로 기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경배는 하느님의 자애로운 사랑이 우리에게 스며들도록 해 줍니다.”

 

“경배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우리는 기도의 의미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교회는 경배기도를 바침으로써 한걸음 더 나아가고 성숙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배우면서 지혜를 키워가야 합니다.”

 

현대적 우상에서 해방시키는 경배

 

“예수님께서는 경배기도를 바치는 우리를 치유하시고 변화시키십니다. 예수님은 사랑으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어둠 속에 있는 우리에게 불을 밝혀 주시고, 약점을 보완해 강하게 해 주시고, 시련 속에서 용기를 주십니다. 하느님 숭배는 우리가 이 시대 우상들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돈의 신, 소비의 신, 즐거움의 신, 성공의 신, 자아의 신과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오늘날의 우상을 절대로 숭배해서는 안 됩니다. 숭배는 지고하신 분 앞에서 몸을 굽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명의 위대함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운데 있다는 것을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의 여정이 가지는 의미

 

“많은 신자들이 기도는 열심히 하지만 경배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늘 화답송에서 기도한 시편구절을 실천하는 것은 교회공동체인 우리 자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주님, 세상 모든 민족들이 당신을 경배하리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동방 박사들처럼 우리 믿음의 여정이 가지는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6 January 2020, 13:3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1/pope-at-epiphany-church-must-grow-in-adora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