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가자지구 본당 수녀의 호소

MonteLuca12 2023. 12. 21. 10:55

가자지구 성가정 본당의 나빌라 살레 수녀

“세계 모든 이들이 가자지구의 재앙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성가정 본당의 나빌라 살레 수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12월 16일 이스라엘 저격수들에 의해 살해된 두 명의 본당 신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저격 사건과 관련하여 ‘가톨릭 성지 감독기구’가 평화를 위한 새로운 호소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어린이와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자비한 살해와 파괴에 주목할 것을 요청합니다."

 

가자지구 성가정 본당의 나빌라 살레 수녀는 에두르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거룩한묵주기도수녀회’ 소속인 나빌라 수녀는 저격 사건이 일어난 지난 토요일(12월 16일) 사건 현장에 있었다. 이날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한 나히다 칼릴 안톤(Nahida Khalil Anton)과 사마르 카말 안톤(Samar Kamal Anton)은 모녀 사이로 성가정 본당의 신자들이다. 그들은 가자 지구의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모여있는 피난처의 영내에 함께 살고 있었다.

 

예루살렘 라틴 대교구청의 피자발라 총대주는 토요일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이 이스라엘방위군(IDF) 저격수의 냉혹한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말했다.

 

살레 수녀는 바티칸 뉴스의 페데리코 피아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있었던 일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 “어머니 나히다는 성당 뒤편의 집에 배치된 저격수들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딸 사마르는 어머니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마자 구하러 나갔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말았습니다.” 본당 신자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겨우 한 구의 시신만 수습했다는 말을 덧붙인다.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살레 수녀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탱크가 성당을 포위한 상태로 총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절실히 필요한 음식을 구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는 처참한 상황을 전한다.

 

우리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나빌라 수녀는 이스라엘군이 이 성당에 피난해 있는 이들에게 오후 4시 이후에는 외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말한다.  저격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당 관내에는 전기와 식수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더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빌라 수녀의 설명을 계속된다. “우리 본당 공동체 주변에서 전투가 격화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가자지구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이곳에 피난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정부 당국에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무기도 없고 이슬람 교인도 없습니다.”

 

“본당은 지금 토요일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부상당한 7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수프(Yusuf) 총대리 신부님께서 도움을 요청하셨지만, 이 지역에서 계속되는 전투를 생각하면 언제 도착할지, 올 수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성가정 본당에 있는 난민 중에는 아이들도 여럿 있는데, 그들 중 다수는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아픈 상태입니다. 그들 모두 간절히 성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성탄은 언제나처럼 우리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성탄절을 준비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전쟁보다 더 큰 상처

 

나빌레 수녀는 인터뷰 끝부분에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애절한 호소를 토해낸다. 어린이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자비한 살해와 파괴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정의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전쟁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가톨릭 성지 감독기구’의 성탄 메시지

 

인도주의적 비극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성지 감독기구’(AOCTS)도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촉구하는 간절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역자 주] Catholic Ordinaries of the Holy Land: 로마와 일치를 밝힌 라틴교회, 멜키트교회, 마로니트교회, 시리아교회, 아르메니아교회, 칼데아교회를 대표하는 가톨릭의 기구 (가톨릭신문 제3181호 7면 참조)

 

‘감독기구’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월요일 발표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지난 70여 일 동안 살해된 수천 명의 남녀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그리고 어린이들을 추모했다.

 

이 전쟁은 우리 아이들 세대 전반에 걸쳐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매일 자기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전 세계 모든 분쟁지역에서 일어난 지난 2년간의 전쟁에서 희생된 숫자보다 많습니다. 

 

지난 10월 7일 분쟁이 발발한 이래 가자지구 인구의 85%가 넘는 약 20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고, 이들 대부분은 피난처를 잃은 채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가톨릭의 사목책임자들은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명피해가 커지는 사태를 통탄합니다. 의료 서비스를 거의 받지 못하는 부상자들이 걱정스럽고 집 없이 떠도는 이들을 비통한 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호소

 

가톨릭의 사목책임자들은 이처럼 참혹한 비극을 바라보며 성탄을 맞이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이곳 ‘성지’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세계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전쟁을 즉각 종식하고 ‘평등에 기초한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길’을 모색하는 일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베들레헴과 가자지구와 성지 전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는 폭력사태가 종식되고 모든 포로들이 석방되기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는 영구적인 휴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억압 대신 대화의 시대가, 강제적인 해결책 대신 정의의 시대가, 서로를 제거하려는 야욕 대신 함께 사는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즉각적인 휴전을 위한 세계 행동의 날

 

한편, 국제카리타스는 연합에 속해있는 162개의 국가별 회원 기구와 함께 인도주의적 재앙과 무고한 생명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휴전을 촉구하는 세계 행동의 날에 동참했다. 이를 위한 청원에는 전 세계적으로 80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35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세계 행동의 날을 맞아 우리는 성지의 모든 당사자들이 #CeasefireNow에 담긴 열망을 수용할 것을 촉구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단결하여 하나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이 잔혹한 폭격을 멈추십시오. 국제 정치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해야 합니다. “성지에서의 사격을 중단하라! 분쟁의 피해를 입고 있는 모든 민간인을 보호하라! 국제법을 준수하라! 인도주의적 접근과 안전을 보장하라! 모든 인질과 자원병들을 석방하라!   (알리스테어 더튼(Alistair Dutton) 국제카리타스 사무총장)

 

[#CeasefireNow 참여하기]

https://ceasefirenow.ca/

 

출처: Vatican News, 19 December 2023, 15:56, 번역 장주영
Sr. Nabila: World leaders must open their eyes on catastrophe in Gaza - Vatic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