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성탄
돼지는 행운의 상징이다. 엄밀히 말해서 횡재를 꿈꾸는 소망의 징표다. 걔네들은 천주학쟁이들과 대첨례 기억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격식을 갖추어 표현하면 돼지는 축제의 제물이다.
본당 창설 80주년을 맞은 성당엘 다녀왔다. 황해를 가르는 서해대교가 금문교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세배나 더 길고 풍광도 거기에 밑질 것이 없다. 유명세는 전통을 계승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보존하는 노력의 산물이라 여겨진다. 성탄 밤미사 참례를 위해 공소에서 모여드는 신자들의 잔치이야기를 나눴다. 어김없이 돼지가 등장한다. 두 마리를 잡아 벌어질 분주한 잔치를 그리며 그 축제마당을 걸었다. 성탄의 자시(子時)미사는 산골 마을 곳곳에서 모여온 공소 가족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최대 명절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성당 안 자리가 가득 메워져 있다. 내 생각만 그런가 했더니 보는 눈이 다 같다. 그것 참! 명동대성당도 그랬다고 한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았다는 이야기를 본당신부님에게서 듣는다. 반가운 소식 뒤를 가슴 싸한 분석이 따라온다. “팍팍한 삶에 찌들어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들”, “웃고 즐거워할 기분을 다 잃어버리고, 조용히 기도하며 가족의 등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가난한 영혼들”, 그들이 ‘희망의 샘’인 하느님의 집을 찾은 것인가? 마음 시린 이들에게 돼지꿈의 행운을 빌어주는 것은 어떨까?
13세기 초에 착공되어 약150년 동안 지어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탄초가 꺼져있다. 200년 만에 처음으로 성탄미사가 봉헌되지 못했다. 아픔과 어두움이 일깨워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삶도 신앙도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보라 이끄시는 은총의 시기를 맞는다.
200년 만에 성탄미사가 거행되지 못한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적 명소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올해 초의 대규모 화재로 수 세기 만에 처음으로 성탄미사가 거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신자들은 성탄의 희망을 잃지 않았다.
우발적인 화재가 중세 기념물의 지붕을 전소시키고 첨탑을 무너뜨린 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노트르담 대성당을 재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자들은 성당의 구조가 너무 약해서 방문객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전히 화염으로 방출된 많은 양의 납 먼지에 중독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지난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다.
파리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침묵 중에 성탄을 지낸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화재로 입은 심한 손상 때문에 금년 성탄미사가 봉헌되지 못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주임신부 패트릭 쇼베는 이렇게 말한다. “성탄절에 대성당에 신자들이 들어오지 못한 것은 제 생애 처음 보는 일입니다. 우리 성당에서는 언제나 성탄미사가 봉헌됐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거행된 미사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테러 공격의 영향
최근 들어서 테러 공격도 대성당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치명적인 테러 공격이 있은 지 몇 주 후인 2015년 성탄 미사가 군인들의 경호 속에서 봉헌된 것이다.
성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성직자와 신자들, 그리고 성가대는 루브르 박물관 옆에 있는 고딕 양식의 성당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다.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 성가대의 지휘자 앙리 샬레는 이렇게 소회를 밝힌다. “노트르담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해 매우 슬픕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기에 빨리 돌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자랐고 3년째 파리에서 살고 있는 에두아르다 바레아(Eduarda Barea)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함께 사람들의 신앙심도 잿더미를 헤치고 솟아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성당은 프랑스의 상징과 같은 것입니다. 프랑스 국민들은 이 시기를 혁신과 재건의 기회로 삼으려고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시 다른 성당에 가서 각자의 믿음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을 위한 봉헌금으로 이미 10억 유로(한화 약 1조3 천억원)가 모금되거나 약정되었다. 그러나 이번 성탄절 동안 대성당은, 성탄트리로 마당을 장식하는 대신 보수용 비계로 둘러싸여 있다.
출처: Vatican News, 26 December 2019, 16:49,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church/news/2019-12/no-christmas-mass-notre-dame-cathedral-franc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