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사랑과 온유의 혁명

MonteLuca12 2019. 12. 14. 10:27

홀홀단신 로마행 비행기를 탄 때가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라틴어 공부를 위해 통째로 외웠던 地文이 ‘국민교육헌장’처럼 머리 한 구석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만났던 그 도시는, 의심 없이 세계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문명의 중심지였다. 하느님이 인간 안에 심어주신 고귀한 재능이 이토록 찬란하게 펼쳐져있다. 그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낸 위대한 업적이며 숭고한 사랑의 결실이었다.

 

미켈란젤로라는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난 것도 그때다. 베드로 대성당의 돔과 성당지붕을 연결하는 작은 문 옆에 초라하게 서있는 흉상, 코가 부러진 모습이 그대로 새겨진, 지독히 못난 이 조각의 주인공이 인류가 자랑하는 걸작을 지어냈다. 믿기 힘든 인생의 패러독스는 하느님이 정해놓으신 진리다.

 

“열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면서 생기고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집착하게 하는 힘. 나서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하고, 그래서 기꺼이 따라 나서고, 결국은 그 일에 빠져서 미쳐버리는 動因이 작용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다. 전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칭송받는 두 사람을 가끔 생각한다. 미켈란젤로와 모차르트, 둘 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바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이끈 힘은 비참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가치 없다고, 그 동기가 지극히 비천하여 추악한 것이라 돌을 던질 사람이 있겠는가?”

 

언젠가 내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 적어두었던 글이다. 초대받아 갔던 엊저녁 음악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잠자리까지 따라온 기억이다. 그런 열정과 사랑으로 타오르던 가슴이 식어간다. 설친 잠 때문에 덜 떠진 눈을 비비며 일어나 교황님께 문안 인사를 드린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구유를 바라보라고 일러주신다.

 

 

 

‘바티칸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주최자와 음악가를 만난 교황

 

 

하느님의 탄생은 사랑과 온유의 혁명

교황은 12월 14일 토요일에 열릴 예정인 ‘바티칸 연례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주최자와 음악가들을 만나, 비천한 구유에서 탄생한 하느님께서 사랑과 온유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교황은 바티칸의 27번째 연례 크리스마스 자선 콘서트가 교황청 교육성이 주관하고, 그 수익금은 살레시오회의 돈보스코 발도코 선교부와 교황청 단체 스콜라스 오쿠렌테스(Scholas Occurrentes)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주최자와 음악가들에게 설명했다.

[역자 주] 금년 콘서트는 교황이 소집한 아마존 시노드를 기념하여 열리며 아마존을 보호하고 원주민 공동체를 후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살레시오회는 브라질 북서부 지역에서 원주민 돕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스콜라스 오쿠렌테스는 아마존 원주민에게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보호를 지원하고 있다.

굶주림과 갈증

콘서트의 수익금 전액은 ‘범아마존 네트워크’의 자선사업을 통해 범아마존 지역과 원주민의 보호에 지원될 예정이다.

“성탄절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요청하는 기대의 시간입니다. 내면의 갈증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그분이 오시는 길은 평화와 정의, 자유와 사랑에 대한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건강한 인간적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깨어나게 만들 것입니다.”

교황은 성탄구유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내용을 담아 최근에 발표한 사도서한, 「놀라운 징표(Admirabile Signum)」를 인용하면서, 구유는 富와 일시적인 행복의 약속이 우리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하느님 사랑의 혁명

“비천한 구유에서 탄생한 하느님께서는 상속권을 박탈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존엄을 되찾아주신 전무후무한 변화를 일으키셨습니다. 그것은 유일하고도 진정한 사랑과 온유의 혁명이었습니다.”

“구유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은 혁명을 선포하십니다.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을 통해 보다 인간적이고 형제적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선언하십니다. 그 세상에는 배척당하는 이들이 없고 소외당하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비천한 출생지인 구유를 보고 각성해야 합니다. 자만심을 버리고 善意가 담긴 작은 몸짓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그분의 끊임없는 초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글로벌 교육 마을

교황은 예술가들이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 양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의 마음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진실은 세대를 통일시키고, 거기서 받은 감동에 동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모두는 ‘글로벌 교육 마을’ 건설의 소명을 받았습니다. 인간관계 (web)을 구축하는 일은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 괴롭힘을 해결하는 최선의 해독제가 될 것입니다.”

“이 ‘글로벌 교육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예술은 음악과 시의 언어, 회화와 조각, 연극과 영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인간 창의성의 표현은 인류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제애와 평화의 문을 열어줄 수 있고 종교 간에 대화의 통로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13 December 2019, 14:5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2/pope-francis-christmas-concert-artists-audienc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