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그리스도께로 돌아서기

MonteLuca12 2019. 10. 10. 14:25

도심을 떠나 사업장을 외곽으로 옮길 때는 서운한 마음이 적지 않았다. 비용을 꽤 많이 줄여준 효과도,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이 주는 편의와 오랫동안 몸에 배인 인간관계를 잘라내는 허전함을 이겨내기에 부족했다. 유배 온 죄인들의 심정을 헤아린다. 그나마 사무실 뒤편과 맞닿은 야트막한 동산이, 자동차의 매연 대신 맑은 산소를 제공해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고, 때론 산책을 즐겨 보겠다는 꿈도 꾸었다. 쥐꼬리만큼 신선한 공기를 얻어 마시는 대가가 크다. 무성한 숲은 곳곳에 모기와 들벌레를 양산하는 훌륭한 서식처를 품고 있다. 햇볕 따사로운 초가을, 직원들과 야외 점심자리를 제공했던 마당도 아쉬움을 달래 줄 퍽이나 새로운 환경이었다. 그 자랑하고 싶었던 사치스런 연회는 과거 몇 년에 걸쳐 받은 모기의 공격을 한꺼번에 당한 슬픈 행복으로 막을 내렸다.

 

야생에서 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직원이 되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살짝 신경장애를 가진 아이다. 못된 쥐의 무단출입을 막아주는 것이 고마워 온 식구가 애정을 쏟아 돌보았건만, 이 녀석이 주책없이 겹겹이 쌓인 기물 사이에 들어가 실례를 하는 바람에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래도 멀리 떠나지 않고 마당 주위를 맴도는 모습이 애처롭다. 휴일에 아내와 둘이 회사에 나가면서 사료를 한 봉투 샀다. 반갑게 쫓아오다 말고 문턱 앞에 주저 앉는다. 달라지고 멀어진 마음을 눈치챘고, 문지방을 넘으면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래도록 들인 습관을 바꾸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동정심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눈앞에 펼쳐져 거역하기 힘든 자잘한 조건들에 맞닥뜨리면 지켜 내기 난감해진다. 식별과 선택이란 과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순간순간 결정을 요구하는 삶은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교황님의 교리교육 속에서 여러 차례 바오로 사도의 회심에 관한 말씀을 듣는다. 그러다 보니 무심해진 머리에 또 다시 큰 울림이 일렁인다. 하느님, 그분은 사랑하는 마음을 주시는 분이고, 변화와 회심은 그분께 다가가는 쉽지 않은 통로이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알현객들을 맞는 교황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다른 사람을 사랑하도록 변화시키신다

교황은 정례 일반알현의 교리교육을 통해,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울의 마음을 변화시켜,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대로, 두려움 없는 설교자인 성 바오로가 되게 한 것을 묵상하게 한다.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사울은 예수님을 따르던 초기교회 신자들을 박해한 종교이론가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 많은 우리도 이와 똑 같은 과정을 거쳐 극적으로 그리스도께 돌아서도록 하십니다. 이 회심을 통해 우리를 사도 바오로처럼 되게 하시어, 각자에게 베푸시는 하느님 사랑의 힘을 드러내게 하시는 것입니다.”


교황은 수요일 일반알현에서 열린 교리교육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모델을 보여주면서, 회심하기 전의 바오로 사도와 오늘날 독재자들의 모습을 비교했다.


독재적 박해


교황은 사울이 대제사장의 권력을 사용하여 초대 그리스도인들을 붙잡아 가두었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독재자들에게 박해를 받은 사람들 중 하나라면, 붙잡아 가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울이 한 일이었습니다. 사울의 머리 속에 있는 종교는, 종교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념이었습니다.”


"사울의 분노와 갈등적 태도는, 우리가 이웃들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대해 자문해 보게 만듭니다."

교황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것을 주문한다. “나는 선한 이들과 악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보편교회에 속해 있는가? 아니면 선별적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가? 나는 하느님을 흠숭하고 교의적 규범을 중시하는가?”


그리스도께로 회심


"하느님께서는 사울의 마음을 움직여 회심시켰습니다. 그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번쩍이는 빛을 보고 눈이 멀었고, 왜 예수님을 박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공격은 바로 그리스도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위 교회의 순수성에 집착하여 교회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이념에 빠진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개종한 사울, 즉 바오로 사도의 삶이 완전히 바뀜으로써, 이전에 자신의 영광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버려지는 '찌꺼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인 세례


“바오로 사도는 세례를 받고 삶의 여정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세례식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그 삶은 새로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새로운 삶이며 어제까지 적이었던 이웃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로 바꾸는 삶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9 October 2019, 12:1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0/pope-francis-audience-saint-paul-conversion-ideolog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