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 수여

MonteLuca12 2022. 1. 27. 22:22

오늘은 지난 두 번과 다른 이유로 기도를 전해드리지 못합니다. ‘낮기도’와 ‘저녁기도’가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못한 채, 어제와 동일한 내용이 올려져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최근에 교황님께서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을 수여하신 소식을 관련 문헌과 기사를 모아 전합니다.

 

지난 24일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교황님께서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을 수여하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톨릭평화신문」도 1월 30일 발행될 신문에, “교황, 첫 여성 평신도 독서직 수여”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에서 로마에 유학 중인 한국인 김나영(심포로사)씨 등 평신도 16명에게 독서직과 교리교사 직무를 수여했다. (가톨릭평화신문 제1648호)

 

교황님께서는 1년 전인 2021년 1월 11일,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을 반포하심으로써 여성들이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여신 바 있다. 독서자와 시종자의 교역에 관한 교회법 제230조 1항을 수정함으로써, 이 직무가 적절한 수여 예식을 통한 안정되고 제도화된 형태로 여성들에게의 공식적으로 수여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의 시노드에서 제기된 교부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점을 자의교시에 명시하면서, 교회법의 개정취지를 이렇게 밝힌다. “발전을 거듭해온 교리가 근자에 들어 이런 개정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교회의 직무 중 일부는 세례의 공통성에 근거하여 받는 것으로, 세례성사를 통하여 속하게 된 ‘임금의 사제단’(royal priesthood)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본 블로그 제695화; 기사 원문 www.vaticannews.va/en/pope/news/2021-01/pope-francis-opens-ministries-lector-acolyte-women.html 번역 장주영)

 

이 자의교서에는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Luis Ladaria) 추기경에게 보내는 서한이 동봉돼 있다. 교황님은 서한을 통해 장관에게 자신의 결정에 관한 신학적 이유를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에게 다 같이 독서직과 시종직에 봉사할 기회를 줌으로써, 여성을 포함한 많은 평신도가 세례를 통해 받은 사제직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전례에 직접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영적 성장 또한 대단히 클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귀중한 직무에 참여함으로써 신앙생활의 의미를 찾게 되고 자신들이 받은 사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교황은 서한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여성들에게도 이런 직무를 부여하기로 한 결정이 직무 수여를 위한 안정적 근거와 대중적 공감을 마련하고, 주교님들의 권한을 공고히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복음화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출처: 앞에 게재한 기사)

 

이날 자의교서가 발표됨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독서직, 시종직이 여성에게 개방되었다.

 

전례가 거행될 때 여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거나 성찬전례의 봉사, 또는 성체분배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새로운 것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이는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지역교회에서 주교들이 승인하여 관행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행은 정확하고 적합한 제도적 권한이 정한 바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1972년, 교황 성 바오로 6세는 ‘소품(小品)’(minor orders)을 폐지하고 직(職)으로 바꾼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이 직무가 남자들에게만 허용된 이유는 독서직과 시종직 둘 다 성품성사(holy orders)를 받기 위한 준비단계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앞에 게재한 기사)

 

한편, 교리교사에 대한 직무 수여는 2021년 5월 10일 반포된 교황 자의 교서 「오래된 직무」(Antiquum Ministerium)에 의한 것으로, 이 직무 역시 남녀 평신도에게 동일하게 수여된다.

 

이 직무가 수여된 날은 세 번째로 맞이하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었다. 교황님께서는 2019년 9월 30일에 반포된 교황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통해 매년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해 봉헌하는 날로 삼고자 이 주일을 제정했다.

 

지난 1월 18일, 직무 수여식에 관한 예정 기사를 실은 한글판 「바티칸뉴스」는, 이날 거행된 예식을 ‘새로운 예식’이라고 표현하며 구체적인 예식과 후보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독서직, 시종직, 교리 교사 직무 수여식은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준비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식에 따라 거행된다. 강론 전에 모든 후보자들은 각각 호명돼 교회에 소개된다. 강론이 끝나면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임무를 받은 독서직 후보자들이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받는다. 남녀 교리 교사 직무 후보자들에게는 십자가가 위임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쓰던 목장(牧杖,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지팡이)을 본떠 만든 이 십자가는 교리 교사에게 맡겨진 봉사의 선교적 성격을 상기시킨다. 하느님 백성을 대표해 대한민국, 파키스탄, 가나,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온 몇몇 남녀 평신도들에게 독서직이 수여된다. 교리 교사 직무를 받는 평신도들은 △아마존 지역의 유리마과스대목구(페루)에서 온 두 명의 남성 평신도 △이미 교리 교사 양성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신자 두 명 △가나 쿠마시에서 온 여성 한 명 △교리 교사 아르날도 카네파가 지난 1945년에 설립하고 40년 넘게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해 온 ‘로마니 오라토리오’ 센터장 △폴란드 우쯔 출신 남성 평신도 한 명과 마드리드 출신 여성 평신도 한 명이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 출신의 평신도 두 명은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로 인한 여행의 어려움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